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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 독서 기간 : 2019.01.23 ~ 2019.02.16


▣ PROLOGUE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섰다."

책을 펼쳤고, 읽기 전부터 익히 알고있던 명문장을 마주했다. 가슴이 설레었다. 일본 근대소설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명한 책이었기에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 여유가 있을때까지 뒤로 미뤄뒀던 책이었다. 그러고는 올 겨울에 읽으면 분위기가 날까 싶어 꺼내들었다. 


▣ REVIEW

 한 남자가 기차를 타고 눈으로 뒤덮인 마을을 향해 가고있다. 그는 기차 안에서 그의 시선을 잡아끄는 순수한 여인을 어두어진 저녁 창으로 비추어 지켜보게 된다. 그렇게 관심을 갖게된 요코. 그리고 온천장에 오게되면 항상 찾는 게이샤, 고마코. 그저 여행을 온 시마무라는 두 여인과 그 사이의 관계를 관찰하는 듯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고마코가 시마무라를 향해 보이는 관심들을 냉소적인 모습으로 대하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글의 후반부에 가서는 자기가 그녀의 존재감을 점점 크게 느낀다는 것을 인정하며 다신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 다짐한다.

 해설을 보면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공감이 되는 부분이라 발췌해보았다.

 '<모든 게 헛수고>라고 여기는 시마무라이지만 <헛수고일수록 오히려 순수하게> 비치는 고마코와 요코에게 자기도 모르게 한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그리고 고마코와 요코의 존재는 <아름답고 예민한 것의 감각적인 거울>인 시마무라의 냉정하고 예리한 시선에 의해 낱낱이 포착되어, 형태를 갖추고 생기를 띤다. 시마무라는 도회지 출신으로 일정한 직업도 없이 서양무용에 대해 글 쓰는 일이 전부인 한가한 여행자로 설정되어 있다. 여행자는 잠시 머물렀다 떠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아니 바로 그런 이유로 시마무를 향한 고마코의 열정은 한층 애절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지.'

 글을 읽다보니 중간에 스토리에 개연성이 없는 부분이 있어 반복해서 읽었던 것 같다. 내가 이해를 못하는 것인가 싶어 포기하고 넘어갔는데, 뒤에 해설을 보니 '생각할때마다 이어 쓴 것을 드문드문 잡지에 발표한' 작품이라는 것을 보니 납득이 갔다. 다 읽고 나서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스토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도, 책을 쭉 넘기면서 보게되는 좋은 문장에 형광펜으로 칠해놓은 게 가득한 것을 보게되면... 신기한 생각이 든다. 짧은 책임에도 얼마나 다양한 묘사 방법들로 가득 채워놓았는지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새롭게 느껴졌다.

 13년에 걸쳐 드문드문 발표하고 수정한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스토리의 처음과 끝에 요코의 얼굴과 불빛을 대칭시키는 표현을 보며 감탄했다. 그렇게 요코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갑작스레 끝나버린 결말은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는 느낌이면서도 아쉬움을 동시에 갖게한다.

 

▣ EPILOGUE

 책을 다 읽고 난 뒤, 우연히 2011년에 방영되었던 '무한도전 : 오호츠크해'편을 보게 되었다. 오호츠크해를 가기 위해 탄 열차 창밖으로 보이는 눈덮인 산과 유빙이 떠다니는 바다를 보며, '설국에 온 것 같다'라는 유재석씨의 지나가는 듯이 작게 한 말이 귀에 꽂혔다. 분명 소설의 배경이 되는 니가타 현과는 전혀 다른 곳이지만, '설국'의 이미지는 훗카이도가 연상되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겨울에 훗카이도로 여행을 가던데, 올 겨울에는 '설국'의 눈을 밟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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