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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정반대의 행복 - 난다

 - 독서 기간 : 2018.09.04 ~ 2018.10.03


▣ PROLOGUE

 한동안 게을렀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 다음으로 읽게 된 '소년이 온다'는 내가 본 올해 최고의 도서였지만, 잦은 여행으로 중간 중간 긴 텀을 두며 읽다보니 마지막 에필로그를 남겨둔 상태에서 다음에 다시 읽자는 마음으로 책장에 꽂아두었다. 그러고 한동안 독서를 하지 않다가 9월 초부터 여유가 생겨 다시 책장에서 책을 꺼냈다. 가장 최근에 샀던 그룹의 마지막 책이었다. 처음으로 가로가 긴 형태의 책을 만나게 되었는데, 사실 인터넷으로 이름만 보고 구입하다보니 이런 모양인지도 몰랐다. 사고나서 후회했다. 모양도 제목도 그다지 끌리지 않아 책장 맨 끝에 배치하다보니 결국 마지막에 만나게 되었다.


 프롤로그를 읽고 나서, 고민을 엄청했다. 육아. 필요하다고는 생각했지만 너무 일찍 만나는 느낌이었고, 공감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였다. 결혼에 대한 생각 자체도 크지 않은 나에게 육아라니... 지난번 읽은 종교적인 내용을 다룬 '오두막'보다도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전문적인 내용이 아닌 에세이라는 점이었고, 전문적인 육아에 대한 내용을 다루지 않아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최대한 빨리 읽고 치우자라 다짐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한달의 기간동안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다. 나의 육아가 아닌 엄마의 육아의 관점에서 글을 이해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 TABLE OF CONTENTS

1. 프롤로그

2. 모자 속에서 네가 나왔다.

3. 까만 눈동자 속 은하계를 만나는 일에 대하여

4. 네가 모르는 시간

5. 세 번의 아침들

6. 에필로그


▣ REVIEW

 사석에서 주로 말을 많이 하는 타입인 나이지만. 가끔은 한마디도 못하고 계속 듣게만 하는, 상대방의 이야기에 제대로 공감해줄 수 없는 그런 주제들이 있다. 임신, 육아, 그리고 출산. 이런 주제들은 나이가 들면서, 친구이나 선배들이 결혼을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서 대화 주제로 점점 빈번하게 언급되곤 한다.


 사실, 늘 궁금해오던 것들이었다. 주변 선배들과 술 한잔하다보면 선배들의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들의 즐거움과 고충에 관련된 에피소드 안에 나를 넣어 생각해본다. 그러다가 문득 '나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곤 하였다. 나의 주니어라니.. 아직은 먼미래의 이야기지만, 그래도 스케치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요즘들어 많이 든다.


 솔직한 이야기들이 듣고싶었다. 육아 관련 첫 책은 지침서가 아닌, 일기를 읽고 싶었다. 그런 방향으로 따지자면 이 책을 육아관련 첫 번째 책으로 만난 건 매우 적절하다. 출산부터 아이 출생 후 세살이 되기까지의 에피소드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에피스토 하나하나가 마치 시트콤을 보는 것 같아서 금방 읽히게 된다. 


 육아에 관한 기초적인 지식들도 알 수 있어 좋았다. 물론, 직업이 다르고 하루의 절반을 회사에서 보내야하는 회사원인 내가 책에 나와있는 육아 방식을 적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것이 중요하기 보다는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느끼는 미래 배우자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을 받았다. 참 중요한 것 같다. 남자는 하지 못하기에 이해할 수 없는 감정, 하지만 서로를 위해 알아야 하는 감정. 그것이 참 궁금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기쁨. 이것은 아이를 갖기 전에 느꼈던 기쁨과 행복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들어왔다. 육아가 정말 힘들때도 아이를 보면 행복하다고, 자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는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고... 이런 경험담을 지인들로부터 들어왔다. 역시나 작가 또한 그런 감정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있었고, 인상 깊었다.


 "행복한가? 맞아, 행복하다.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이런 폭발적인 행복감은 겪어본 일이 없다. 너무 행복해서 행복이 명치를 죽일듯 때리는 그런 공격적인 행복. 훌륭한 성인도 대단히 선하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내가 자식을 낳았다는 것만으로 이런 기쁨을 가지다니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행복. 그래서 꼭 남의 것을 훔쳐온 것처럼 불안한, 내 수준에는 식사 후 먹는 마카롱 두 개 정도의 행복이 적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행복. 창작과 성취의 건실하고 은은한 행복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 생각이 참 많이 났다. 엄마의 육아... 인상깊은 문장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내가, 오랫동안 기억해온 '응답하라 1988'의 대사 하나가 있다. 성동일이 혜리에게 슈퍼마켓 앞에서 했던 대사, '아빠도 아빠가 처음이다.' 라는 의미의 대사였는데 이 대사 한마디가 마음을 때렸다. '나를 낳았을 때의 엄마가 지금의 나의 나이였을텐데'라는 생각을 요즘들어 많이 한다. 참 어린 나이였다, 엄마가 참 존경스럽다.


 어릴적부터 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모든 어머니들이 하는 말이겠지만, '너는 어렸을때 참 똑똑했다', '한글을 엄청 빨리 배웠다'라는 그런 이야기들을 많이 해주셨다. 사진은 많이 없지만, 엄마 해주는 귀여운 과장이 섞인 그런 어릴적 무용담같은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면 엄마가 참 즐거워하는 게 느껴진다. 엄마의 육아 이야기, 책의 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런 생각을 들게 해준 에피소드의 한 부분을 가져오면서 책에 대한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 해야겠다.


 "왜 가장 좋았던 시절의 기억은 잊히고 나쁜 시절의 기억만 영원히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마음에 남는걸까. 나를 기르던 때의 이야기를 듣고싶지만 무뚝뚝한 엄마는 자기 이야기를, 지나간 감정을 이야기 하는데 서툴다. 나 역시 살갑게 어릴때 이야기 좀 들려달라고 더 묻지 못한다. 그렇게 내가 아기였던 시절에 받은 눈빛과 천번의 뽀뽀는, 상속되지 못한채 엄마 세대에서 영원히 소멸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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