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 사형제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
공허한 십자가 - 히가시노 게이고
- 독서 기간 : 2018.10.05 ~ 2018.10.26
▣ PROLOGUE
히가시노 게이고. 독서량이 적은 내가 그의 책은 벌써 다섯권 이상 읽은 것 같다. 베스트셀러나 추천도서 위주로 읽는 나이기에, 이런 결과는 그만큼 그의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걸 증명한다. 그의 소설 중, 군인 시절 처음 읽은 '용의자 X의 헌신'은 이런 류의 소설에 익숙치 않은 내게 큰 충격을 주었다. 지금 정확한 스토리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소설의 분위기나 스토리가 충격적이었다는 느낌은 머릿속에 강렬하게 박혀있다. 그렇게 그의 빡센(?) 소설들만 읽다보니 가장 최근에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그의 소설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그는 정말 다양한 소재들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작가이기에, 큰 기대를 품고 '공허한 십자가' 첫 페이지를 넘겼다.
▣ TABLE OF CONTENTS
1. 공허한 십자가
2. 옮긴이의 말
▣ REVIEW (스포 有)
작가는 따로 나눠 놓지 않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크게 3개의 이야기로 나눠 이해했다.
1. 나카하라와 사요코의 딸의 살인 사건
2. 사요코의 살인 사건
3. 사오리와 후미야의 이야기
비슷하면서도 다르게 이해되는 이 세가지 사건을 통해 사형제도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소설의 첫부분은 철저히 유족들의 관점에서 서술하여 독자들 또한 '사형제도가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 가슴 깊게 공감하게 되지만, 점점 소설을 읽을수록 다른 관점에서도 접근할 수 있는 사건을 이야기하며 작가는 철처하게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는 나카하라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한다고 느꼈다. 소설 속에서 유일하게 세 사건에 모두 관여하며, 세 사건을 대하면서 사형제도에 대해 가장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보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딸이 죽고난 후의 생활이나 사오리와 후미야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고난 후의 태도는 전 부인이었던 사요코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처음 그녀가 죽은 뒤 보았던 그녀가 쓴 사형제도에 관한 책을 보면서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딸을 죽인 범죄자의 변호를 했던 하라이와의 마지막 대화에서의 '사형은 무기력하다'라는 말에 공감하기도 한다. 그의 애매한 태도가 독자들에게 좀 더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떠밀고 있다. 그래서 내가 느끼기에 가장 반대되는 입장을 가진 두 인물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 사요코의 공허한 십자가
솔직하게 말해서 이 글을 읽기 전엔 사형제도에 대해 유족들의 관점에서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런 내용의 기사를 잘 접하지도 못할뿐더러 사실 사형제도에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는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이었다. 그렇다보니 초반부의 딸을 잃고 사형선고를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사요코와 나카하라가 깊이 이해되고 공감되었다. '무조건적인 사형제도가 필요하다'라는 결론까지 가지는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누군가에게는 절실히 필요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사요코의 말 중, 사형제도에 대한 사요코의 관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있어 아래 적어봤다. 이 대사는 하나에에게 했던 것이었다.
"난 당신 남편도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지금의 법은 범죄자에게 너무 관대하니까요. 사람을 죽인 사람의 반성은 어차피 공허한 십자가에 불과한데 말이에요. 하지만 아무 의미가 없는 십자가라도, 적어도 감옥 안에서 등에 지고 있어야 돼요. 당신 남편을 그냥 봐주면 모든 살인을 봐줘야 할 여지가 생기게 돼요. 그런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돼요."
◎ 하나에의 무거운 십자가
사요코의 의견을 반박하는 그녀의 말들은 남편 후미야를 변호한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십자가는 누군가에겐 공허할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정말 무겁고 무거울 수 있다라는 그녀의 말은 어느정도 공감은 됐다. 그래서 나카하라에게 후미야를 변호하며 했던 말 중 한 부분을 가져왔다.
"남편은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작은 생명들을 구하고 있어요. 그래도 남편이 지금까지 속죄하지 않았다고 생각하세요? 교도소에 들어가도 반성하지 않는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사람이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아무 무게도 없을지 몰라요. 하지만 남편이 지금 등에 지고 있는 십자가는 그렇지 않아요. 너무나 무거워서 꼼짝도 할 수 없는, 무겁고 무거운 십자가에요. 나카하라 씨, 아이를 살해당한 유족으로서 대답해보세요. 교도소에서 반성도 하지 않고 아무런 의미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과 제 남편처럼 현실 속에서 다른 사람을 구하면서 사는 것, 무엇이 진정한 속죄라고 생각하세요?"
▣ EPILOGUE
참 예민한 주제이다보니, 포스팅도 에둘러 작성해보려 노력하였다. 결국 다쓰고 쭉 읽어보니 글이 참 애매하지만, 이 주제에 대한 많은 지식도, 좋은 필력도 없는 내가 더 왈가왈부하는 것은 주제를 넘는 일이 될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못한 '사형제도'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을 접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