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 제목 참, 잘 지으셨네요.
바깥은 여름 - 김애란
- 독서 기간 : 2018.03.08 ~ 2018.03.20
▣ INTRO
쇼코의 미소를 완독하고 긴 호흡으로 장편을 읽어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하였지만, 표지가 이뻐 고른 그 책은 단편집이었습니다. 목차를 보면서 '아차' 싶어서 덮을까도 생각했지만, 첫 단편집 '입동'의 제목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어 읽어보자 결심이 들었어요. '바깥은 여름'이라는 제목과 상반되는 느낌을 주는 '입동'이라는 첫 단편의 제목이 상당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는, 하루 5 page 가 아니라, 거의 하루에 단편집 하나씩을 빠르게 읽어나가게 되더라구요. 자기 전에 잠깐씩 보는 독서 습관이라 긴 시간 보는게 피로를 줄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호흡을 끊지않고, 각각의 단편집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고 싶었거든요.
▣ TABLE OF CONTENTS
1. 입동
2. 노찬성과 에반
3. 건너편
4. 침묵의 미래
5. 풍경의 쓸모
6. 가리는 손
7.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REVIEW
'쇼코의 미소'에 이어 단편집을 연이어 보는 것이기에 이전에 본 책과 비교를 안할 수 없었습니다. '입동'의 첫페이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야기의 분위기',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문체'들이 비슷하다고 느껴졌었지만, 책 한 권을 다 읽고나니 매우 다른 스타일의 소설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책의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처음(제목)'과 '끝(결말)'이었습니다.
작가의 '제목' 정하는 센스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가리는 손' 같은 경우는 이야기를 전부 다 읽고 제목을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을 들게 하더라구요. 이 단편집에 담긴 소설들이 주는 매력은, 이야기를 한 번 쭉 읽어내려간 뒤 제목과 결말에 대해 다시 한 번 자기식대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소설은 '노찬성과 에반'이었습니다. 할머니 곁에서 홀로 외로이 자라온 '찬성'이 그에게 우연히 나타난 노견 '에반'을 집에 데려와 키우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어린 '찬성'이 '에반의 안락사비용'으로 모은 돈을 '스마트폰'에 조금씩 사용하게 되면서 느끼는 자기 개에 대한 미안함과 같은 그런 감정들이 너무 잘 와닿았고, 결국 '에반'이 죽었을 때 심정적으로는 확신이 가지만 확인을 하지는 못하는 '찬성'의 모습과, 거기서 떠오른 '용서'란 단어가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 이야기를 들려줬는데, 자기도 너무 읽어 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 외에 실려있는 다른 소설들에서도 인물이 받는 불편한 감정, 그리고 불합리하다고 여겨질만 상황 속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솔직하면서도 비겁한 생각들까지 매우 잘 보여주고 있어서 이 책이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둡고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별로 안좋아하신다면 추천드리고 싶지는 않네요. 첫 소설인 '입동'부터 분위기가 매우 무겁습니다.
마무리로 기억에 남기고 싶은 문장들 소개해볼까 합니다.
<입동>
그리고 그렇게 사소하고 시시한 하루가 쌓여 계절이되고, 계절이 쌓여 인생이 된다는 걸 배웠다.
<건너편>
이수는 자기 근황도 그런 식으로 돌았을지 모른다고 짐작했다. 걱정을 가장한 흥미의 형태로, 죄책감을 동반한 즐거움의 방식으로 화제에 올랐을 터였다.
<침묵의 미래>
그가 "우어어, 흐어어"하고 웅얼댈 때 그것은 빙하가 무너지는 풍경과 비슷했다. 수백만년 이상 엄숙하고 엄연하게 존재하다 한순간에 우르르 무너지는 얼음의 표정과 흡사했다. 그것은 무척 고요하고 장엄했지만 한편으론 아무것도 아닌 일처럼 보였다. 뭐랄까, 세상에 아무 반향도 일으키지 못하는 멸망, 침몰을 목격하는 기분이었다.
▣ EPILOGUE
잘안다고 생각했던 인물에게서 보이는 문득 보이는 낯선 모습을 본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가리는 손'을 보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들을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엄마가 본 아들의 가려진 손 뒤로 보이는 낯선 미소가 주는 결말이 정말 인상깊었네요. 꼭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