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코의 미소>, 최은영 : 평범한 사람들의 우울과 슬픔, 그리고 유대와 공감
쇼코의 미소 - 최은영
- 독서 기간 : 2018.01.31 ~ 2018.03.06
▣ INTRO
최근 베스트셀러 10권을 구입했습니다. '오두막'을 다 읽고나서 머리가 많이 복잡해졌기에, 좀 더 산뜻하고 가벼운 책을 읽고 싶었고, 그래서 그 중에 연애소설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홍색 표지의 '쇼코의 미소'를 고르게 되었죠. 신예 '최은영' 작가와 그녀의 책 '쇼코의 미소'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던 저였기에, 우선 이 책이 중,단편집이라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생각보다 깊은 내용에 읽는 중간 중간, 생각에 참 많이 빠져들었습니다. 생각이라기 보다는 스토리마다 인물이 처한 상황과 성격에 대한 공감이었던 것 같네요. 이야기의 대부분이 인물의 행동과 상황에 따른 감정에 대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전부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고 감정에 공감하는 데 치중하면서 빠르게 읽어 나갔던 것 같습니다.
▣ TABLE OF CONTENTS
1. 쇼코의 미소
2. 씬짜오, 씬짜오
3.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4. 한지와 영주
5. 먼 곳에서 온 노래
6. 미카엘라
7. 비밀
▣ REVIEW
모든 단편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엔 저의 필력이 너무 짧기에, 가장 기억에 오래 남았던 한 작품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그 작품은 바로 '한지와 영주' 입니다. 가장 좋아서 기억에 남는다기 보다는, 다른 이야기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결말이 이해할 수 없어서 기억에 남네요. 이 소설은 수도원에서 자원 봉사자로 만난 한국인 여자 '영주'와 케냐 출신 남자 '한지'가 만나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사랑을 키우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소설 속에서 작가는 인물들의 상황과 감정까지 전부 설명을 해주면서도 이 소설에서 '한지'의 감정에 닿을 수 있는 건 그와 그녀가 나눈 대화를 통해서 입니다. '한지'가 왜 '영주'를 갑자기 무시하게 되었는 지가 너무 궁금하여 이야기를 쫓던 저는, 아무런 설명없이 소설이 끝났을 때, 길을 잃어 답답한 기분이 들더라구요. 솔직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가 '영주'를 무시하고 떠나갔는지...
모든 단편 속에 나타나 있는 인물들이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인물들이기에 그들의 삶에 대입해서 더 공감하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각 단편 속의 '조부모' 역할을 하는 인물들의 몇몇 성격적인 부분에서 저희 부모님을 보는 것 같아 가슴이 찡해질 때가 정말 많았습니다. 또한, 세월호 사건을 다룬 '미카엘라'는 읽는 내내 정말 소름이 돋더라구요. 어느새 그 비극을 잊고 살아가는 제가 참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각 단편 별로 가장 좋았던 문장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소설 안에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던, 가슴 속으로 꼭 기억하고 싶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쇼코의 미소>
직장에 나간 엄마 대신 나를 업어 키운 그였다. 그의 돌봄으로 뼈와 살이 여물었고, 피가 돌았다. 효도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도 나는 할아버지에 대한 부채감을 느꼈었다.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는 그에게 해준 게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등을 더 돌리려고 했는지도 몰랐다.
<신짜오, 신짜오>
이제 나는 사람의 의지와 노력이 생의 행복과 꼭 정비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다. 엄마가 우리 곁에서 행복하지 못했던 건 생에 대한 무책임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방임도 아니었다는 것을.
<언니, 나의 작은, 순애 언니>
이모는 엄마에게 솔직하지 못했고, 엄마 또한 그랬다. 엄마는 살얼음판을 딛듯이 이모의 상처가 닿지 않은 마음들만을 디디려 했고 이모는 엄마가 조금이라도 가여워할까봐 애써 아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먼 곳에서 온 노래>
그런 그럴듯한 걱정으로 나의 깊은 상심과 슬픔을 덮고 속이는 일에 나는 익숙했다.
▣ EPILOGUE
아직 책 읽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완독한 후 남의 능력을 빌려 제 생각을 정리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끝에 있는 해설에 쓰인 내용 하나가 책을 소개하는 데 좋을 것 같아 그 글로써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으로 떠오르는 페르소나는, 조부모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난 착한 여성의 형상이다. 그냥 착한 것이 아니라 고집스럽게 착한 사람. 억세고 강한 것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점에서 통념적인 의미에서의 남성적인 것을 거부하고 반대로 여성의 유대를 강하게 당겨안는, 집요하고 독하게 착한 사람이다.'